마우러스 씨는 결국, 머나먼 곳으로 떠나셨다. 선한 자는 늘, ……. 부디 그곳에서는 평안하시기를…….
법황청의 홀리 스피어로 글라스기브넨의 소환은 막았으나 티르나노이로 향하는 문에 결국 금이 가고 말았다. 사건은 하나 해결했기에 다른 위기가 닥쳐오기 전까지는 개인적인 일을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남은 우리에게 찾아온 건 그 까마귀였다.
까마귀 : 여기야, 모리안의 하수인들.
홍이 : 엇, 저번에 본 그…….
까마귀 : 내 눈은 틀리지 않았군. 대단해. 너희를 여기까지 이끈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홍이 : ……인연.
백건 : 운명.
까마귀 : 맞아. 너희는 이미 정해진 운명이나 다름없는 길을 걷고 있다. 모든 인연은 너희가 걷는 길에 영향을 준다. 인연들이 바로 너 자신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 운명 역시 너희가 만든 거니까 불평하지 마라. 지금부터의 너희 모험은 고달프지만 더 재미있어질 것이다. 계속 나아가다 보면 더 높은 곳에 도달하게 된다. 너희는 이제 마족 공물이 필요할 것이다. 내가 그것을 너희에게 가져다주도록 하지.
홍이 : …가버렸어.
백건 : 늘 생각하지도 못할 때 찾아오네.
홍이 : 그보다, 왜 운명이라고 한 거야?
백건 : 그러는 넌, 왜 인연이라고 한 건데?
홍이 : 내가 먼저 물어봤어! ……. 그냥,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친절과 배려, 격려가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올 용기가 생기지 않았을 것 같아서….
백건 : ……. 나는,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일들이 전부 …가 정한 운명 같아서.
홍이 : …벗어날 수 없는?
백건 : 벗어날 수 없는.
대화를 마친 후 우리는 처음 걷기 시작한 곳으로 돌아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전부 설명했다. ……헤어지기 전, 마리의 안식처도 만들어 주었다. 무덤은 결국 산 자를 위한 것이다. 마음의 안식을, 그리움을 위한 것. 우리, 더 강해지자. 강해져서……모두를 지키자.